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넷플릭스 <퀸스 갬빗> 줄거리·등장인물·리뷰 총정리

by 손송의리뷰 2026. 1. 3.

넷플릭스 &quot;퀸스 갬빗&quot; 관한 사진

줄거리 – 체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 외로움 이야기였습니다

 

넷플릭스 「퀸스 갬빗」을 처음 봤을 때는 체스 드라마라는 설명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조금은 긴장했습니다. 체스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 하고요. 그런데 첫 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이건 체스 규칙을 아는지 모르는지와는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는 고아원에서 자란 베스 하먼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됩니다.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늘 혼자입니다. 지하실에서 처음 체스를 배우는 장면은 이상하게도 긴장감이 있습니다. 아무 설명도 없는데, 이 아이가 여기에 인생을 걸게 되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베스는 천재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사실을 자랑처럼 내세우지 않습니다. 대신 천재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고립된 일인지 계속 보여줍니다. 승리할수록 베스는 더 혼자가 됩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습니다.

성인이 된 베스는 체스 대회에서 연전연승을 거두지만, 동시에 약물과 알코올에 점점 의존하게 됩니다. 성공과 파괴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이렇게까지 가야 하나” 싶은 장면도 있었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승패보다 선택에 집중합니다. 계속 혼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손을 잡을 것인지.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는 큰 설명 없이도 많은 감정이 밀려옵니다. 체스판보다, 베스의 얼굴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등장인물 – 천재 주변에는 늘 이해 못 받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베스 하먼은 굉장히 매력적인 동시에, 다가가기 어려운 인물입니다. 똑똑하고 당당하지만, 감정 표현에는 서툽니다. 사람보다 체스판 앞에서 더 편안해 보일 때도 많습니다. 이 캐릭터의 가장 큰 적은 상대 선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아원에서 만난 샤이벨 씨는 베스 인생에서 중요한 존재입니다.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그의 체스는 베스에게 세상을 여는 문이 됩니다. 이 인물은 많은 설명이 없는데도 오래 남습니다. 아마 진짜 어른이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어머니 앨마 역시 인상 깊습니다. 완벽한 보호자도, 완전히 무책임한 인물도 아닙니다. 자신의 결핍을 베스와 공유하고, 그 안에서 묘한 동행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불안정하지만 솔직한 관계라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체스 세계에서 만나는 남성 인물들도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베스를 얕보지만, 점점 그녀를 동료로, 혹은 라이벌로 인정합니다. 이 드라마는 ‘여성 천재’라는 설정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리뷰 – 잘 만든 성공담보다, 더 솔직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퀸스 갬빗」은 자극적인 드라마는 아닙니다. 큰 반전이 매화마다 터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보게 됩니다. 아마도 베스의 얼굴과 감정 변화가 너무 잘 전달되기 때문일 겁니다.

연출은 절제되어 있고, 미장센은 매우 정교합니다. 의상과 색감만으로도 베스의 상태를 설명합니다. 말보다 화면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드라마는 요즘 보기 드물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다만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만을 기대하신다면 조금은 우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중독, 상실, 고독이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게 되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에 베스가 선택하는 방식은 과장되지 않습니다. 눈물도, 장황한 대사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이 드라마는 성공보다 ‘버티는 삶’을 이야기합니다.

딱 잘라 추천한다고 말하기보다는, 조용한 시간에 혼자 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고 나면 체스판보다, 사람이 어떻게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지가 더 오래 떠오를 겁니다. 저는 그랬습니다.